감정을 소리로 번역하는 일에 대하여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3일 오후 01 36 24

음악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멜로디를 쌓는 일보다 감정을 찾아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같은 코드와 리듬이라도 그날의 기분, 공간의 공기, 혹은 대화 한마디가 사운드의 결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래서 내게 음악 작업은 늘 ‘감정의 번역’에 가깝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온도를 소리로 옮기는 일, 그것이 내가 음악을 이어가는 이유다.

어느 날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재즈 피아노 한 소절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음 하나하나가 단정하면서도 묘하게 거칠었다. 그 순간, 완벽하게 깔끔한 소리보다 조금은 불안정한 울림이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흔든다는 걸 느꼈다. 그날 이후, 나는 음악에서 ‘불완전함’을 일부러 남겨두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간적인 리듬이자, 감정의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트랙을 만들 때마다 ‘감정의 결’을 시각화해본다. 밝고 따뜻한 멜로디가 있다면, 그 아래에는 반드시 미묘한 어두움이 흐른다. 기쁨에도 불안이 있고, 슬픔에도 위로가 깃들어 있듯, 음악도 이중적인 감정 속에서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그 경계를 찾아내는 과정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가장 살아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모든 소리가 낯설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써도, 어떤 감정은 제대로 녹음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녹음 버튼을 멈추고, 창문을 연다. 도시의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카페 앞에서 웃는 사람들의 대화까지 — 이런 잡음 속에서 나는 진짜 음악의 재료를 찾는다. 음악은 결국 사람의 소리에서 출발한다.

프로듀서로서 나는 늘 ‘감정의 결’을 사운드로 풀어내려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온기와 서사다. 좋은 곡은 복잡한 악기 배열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에 남는 ‘잔상’으로 완성된다고 믿는다.

사람마다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르다.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집중을, 또 누군가는 단순한 배경음을 원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의 밑바탕에는 ‘공감’이 있다. 음악이 우리를 연결하는 이유도, 결국 서로의 감정을 잠시라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내가 이 공간에서 전하고 싶은 건 화려한 사운드가 아니라, 그 사운드에 담긴 이야기의 온도다. 음악은 거창한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사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정을 소리로 번역한다. 그것이 나의 일이며, 동시에 나의 대화다.

— 임도현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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